<크래프톤 웨이>는 배틀그라운드의 영웅신화를 다루는 책이 아니다.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의 척박한 시작부터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표지 이미지를 보고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영웅신화를 기대하며 책을 펼치겠지만, 책을 읽는 내내 입이 마르고 때로는 괴롭기도 할 것이다.
책의 절반 이상은 테라의 시작과 운영, 테라의 글로벌 진출, 테라 IP 마케팅과 관련된 내용일 정도로 블루홀의 매출을 책임졌던 테라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중반 이후로는 블루홀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모바일 게임업체들과의 합병 및 연합, 우여곡절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최종장에 이르러서야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일화가 나온다.
책에서 꾸준히 다루는 조직 및 인재관리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돋보였다.
많은 직원이 자신을 대단한 지식 근로자인 것으로 착각한다. 놔두면 알아서 일하고 근태 관리하고 그러면 성과도 나오는 줄 아는 것 같습니다.
부속품이 아닌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성장이 필수이다. 그러려면 시간 관리를 하며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인재는 현장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해 효율적으로 일한다. 다른 구성원과 대화와 협업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결과적으로 조직의 성과와 목표에 공헌한다.
"무엇보다 회사가 동아리여선 곤란하다"
평소 내가 속한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과 근태관리, 의사소통 및 의견수렴 등을 보며 '아쉽고 고민이 부족하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만 심각한건가 자못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블루홀의 고민을 보며 나만 심각한게 아니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블루홀에서 근태는 엄격히 관리되던 영역이었다. '근무 기본기 다지기'라는 캠페인을 실시 하면서까지 출근시간 준수를 강조했고 출근 시간을 지키지 못한 직원은 징계 처리하기도 했다. 이 캠페인에서는 '저녁 식비청구', '점심시간 지키기', '회사 물건 집에 가져가기 않기' 등 사소하지만 당연한 것들이었다. 좋은 대우를 받는 것과 이런 부분을 지키는 것은 다르다는걸 느끼기도 했다.
'게임회사에 창의적인 업무를 해야하는 근로자면 출근시간 자유는 기본에 때로는 재택근무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해야하는 것 아냐?' 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하나 둘 당연한 것들을 어기게 되면 어느샌가 조직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성과는 하락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선전하며 채용했지만 다시 현장근무로 전환하는 것처럼 말이다.(재택근무의 효용성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창립기념일을 챙기고 직원들과 회식을 즐기기도 하지만 블루홀은 경영은 매년이 위기처럼 느껴졌다. 의장이 담보대출로 자금을 충당하는 것은 부지기수이고 직원들을 정리해고하기도 했다. 같이 시작한 경영진들은 내분이 일어나 몇몇은 퇴사하고 번아웃이 오기도 했다. 책에서는 누구도 영웅으로 비추려하지 않고 사소한 갈등마저 온전히 담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개발 과정도 예외는 아니다. 당시 블루홀은 최악의 자금적 위기상황을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 김창한PD는 계속되는 경영진들의 소극적 행보와 의심에 지치기도 하지만 경영진 설득을 위해 브랜든 그린을 포함한 해외 인재영입에 성공하고 경영진에 대한 답답함까지 참아가며 기한 내 프로젝트를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역사적인 게임 출시와 동시에 회사는 사상 최대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김창한 대표의 메일 중 일부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
경영진이나 상급자의 의사결정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조직이 멍청해지고, 결국 직원들은 그들을 뒤에서 탓하게 됩니다. 부하 직원은 상급자가 왜 그런 의사결정을 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도, 틀렸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